이번 포스팅은 라호야 해변 및 Ellen Browning Scripps Park 편입니다.
UCSD Scripps Pier에 가기 위해 산타페(Santa Fe)역으로 가요. 샌디에고(San Diego)는 미국 서부의 최남단 도시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된 멕시코 지명이 많이 보입니다. 샌디에고에 온 김에 멕시코도 가볼까 했지만 겁이 나서 멕시코 방문은 다음으로 미뤘어요. 산타페역에서 어제 역무원이 알려준 대로 전철을 타고 Old Town Station에서 버스로 갈아타서 La Jolla Shores Dr & Naga Way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해안가 쪽으로 200m 정도 걸어가니까 UCSD Scripps Pier가 나타나요. 이곳은 연구목적 외에는 들어갈 수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고 해변을 걷기로 합니다.
서핑보드를 들고 다니는 서퍼들이 많이 보여요.
바다를 보니 멋지게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있습니다.
해변 중간에 캠프파이어용처럼 보이는 화로대가 있는데 불멍을 해도 되는지 궁금해지네요.
들락날락 거리는 파도를 따라서 새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어요.
그런데 영화 미스트가 생각나는 진한 해무가 계속 제 뒤를 따라와요. 해무에 갇히면 주변 구경하기가 어려울듯해서 속보로 걸어가기 시작해요. 안갯속에서 나타날 것 같은 괴물이 무서워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닙니다.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상구조대 건물이 나오는데 베이왓치(Baywatch)의 드웨인존슨이나 알렉산드라 다다리오 같은 섹시한 구조대원이 슬로모션으로 뛰어나오지 않을까 두근두근 기대해 보지만 닫힌문은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습니다.
Village of La Jolla 일대를 구경하다가 Ellen Browning Scripps Park로 향해요. 라호야 거주구역을 걷는데 거리와 집들이 깔끔하면서도 멋지고 날씨도 상쾌한 게 정말 트레킹 하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뭔가 엄청 대단한 게 있는 곳은 아닌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때의 좋은 느낌이 남아있는 곳이에요. 따뜻한 봄 날씨에 아무도 없는 외국의 단정한 거리를 혼자서 사색을 하면서 걷는 그런 굉장히 행복했던 느낌이 머릿속에 껌딱지가 되어서 딱 붙어버렸습니다.
공원은 큼지막하고 잘 꾸며져 있는데 사실 이곳의 진짜 좋은 점은 공원이 아니라 따로 있어요. 바로 수많은 야생동물들과 해안풍경이에요. 전 동물들을 좋아해서 냇지오와일드나 BBC 플래닛 시리즈,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를 자주 시청하고 해외여행 시에는 현지의 유명한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을 꼭 들르는 편이에요. 그런 제게 야생의 동물들이라니 정말 행복한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멋진 해안풍경을 감상하며 걷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 절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풀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람쥐로 보이는 녀석이 도망가지도 않고 절 쳐다보고 있어요.
허허 고놈참 눈이 똘망똘망하네 하면서 지나가는데 다람쥐 2, 다람쥐 3이 계속 나타나서 I see you! I see you! 하는 거예요. 이 동네는 다람쥐가 엄청 많은가 봐요. 걸으면서 수도 없이 보입니다.
조금 더 걸으니 이번엔 갈매기들이 I see you! 합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게 귀엽네요.
해변 갯바위 위에 뭔가 바글바글하게 있길래 다가가보니 펠리컨처럼 보이는 새들이 잔뜩 앉아 있습니다.
우와~ 하면서 한참을 보다가 La Jolla Cove로 발걸음을 옮겨요. 여긴 수영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는데 주변에는 펠리컨들이 모여서 반상회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과 야생동물들이 평화롭게 어울려있는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이쪽 해변이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해변까지 내려가서 구경을 해요. 깨끗한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니 수영복을 챙기지 못한 게 참 아쉽습니다.
다시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이번엔 가까이 가기도 전에 소리로 어떤 동물이 있는지 맞춥니다. 꺽꺽대는 소리가 엄청 시끄럽게 울려 퍼져서 물개가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 때쯤 큰 실루엣이 보여요. 다가가니까 긴 앞발을 가진 물개떼와 가마우지처럼 보이는 새들이 있습니다. 가마우지와 물개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놀고 있어요. 샌디에고 거리나 풍경도 맘에 들었는데 이런 광경을 보니까 더더욱 이 동네가 맘에 들기 시작해요.
온갖 종류의 야생동물들을 구경하면서 한참을 서있다가 해안 산책로를 따라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갑니다. 왕복으로 걷는 거리가 10km 넘을 듯해요. 원래 걸어서 다니는 걸 좋아해서 해외여행을 혼자서 가게 될 때는 이렇게 장거리를 걷고는 하는데 많이 걸을 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걸을 때도 있어요. 걸을 때만 느낄수 있는 감정이 있고 걷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에요.
거주지를 벗어나서 계속 가니까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자연을 느끼기에 더 좋은 환경이 돼요.
봄꽃들이 잔뜩 피어서 길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절 따라다녔던 무섭.. 아니 귀찮은 해무가 저 멀리에 보이는데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아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아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라호야 해변 트레킹을 마치고 씨월드(Sea World)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탑니다.
씨월드 방문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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