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캐나다 밴쿠버 여행기 by life in the forest 2025. 3. 18.

이번 편은 예전에 다녀온 캐나다 밴쿠버 다운타운 방문기입니다.


밴쿠버(Vancouver)는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남서부에 있는 도시이자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잇는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광역도시권이에요. 밴쿠버 시와 주변 10여 개의 조그만 도시들을 합해서 메트로 밴쿠버라고 부릅니다. 밴쿠버라는 지명은 18세기말에, 캐나다 서해안을 탐사했던 영국의 탐험가인 조지 밴쿠버(George Vancouver)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요.

사실 밴쿠버는 방문 예정에 없던 도시인데 시애틀 방문 시 현지인 친구가 버스 타면 금세 갔다 온다고 바람을 불어넣어서 귀가 팔랑팔랑하는 바람에 낚시 계획을 취소하고 당일치기로 방문했어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 제목도 정확하게 말하자면 캐나다 여행기가 아니라 방문기 정도 되겠습니다. 모든 게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자유여행이라 멀리는 못 가고 다운타운 일대만 돌아다녔어요.
날씨도 안 좋았고 걸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도시 분위기를 느껴본 거라 내용이나 사진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애틀에서 밴쿠버로 가는 방법은 항공 및 기차, 버스 등 다양한데 저는 그중에 퀵셔틀(Quick Shuttle)이라는 버스 편을 선택했어요. 음.. 그런데 제가 미국인의 거리개념을 깜박했군요. 친구의 금세 갔다 온다는 말에 혹한 건데 기차 기준 편도 4시간 거리네요(FXXXXXG 아메리칸!). 그나마 버스가 3시간 반으로 좀 더 짧아서 왕복 7시간이면 갔다 올 수 있겠어요. 뭐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지만 타국 이동 치고는 짧다고 생각하고 다녀오렵니다. 서울에서 당일치기 부산여행 한다고 생각하려고요.

참고로 한국에서 미국 여행 시 발급받아야 하는 ESTA처럼 캐나다 여행을 할 땐 ETA를 신청해야 하는데, 시애틀에서 밴쿠버로 버스나 기차 등 육로 이동을 할 경우 ETA 없이 국경에서 국경세(6달러)만 납부하고 입국 심사를 거치면 입국이 가능해요. 귀국 날짜 및 항공편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전 그런 거 없이 국경을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슉~ 지나간 느낌이에요. 하지만 요즘 같이 트럼프옹이 캐나다를 막 때릴 때는 또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퀵셔틀은 두 시간에 한 대 정도의 배차간격인데 우리나라 고속버스처럼 출발지와 도착지 근처의 여러 곳에 정차해요.
전 아예 터미널에서 타서 제일 경치 좋은 앞자리에 앉아서 경치를 보면서 갔습니다.

여기가 해외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인가요?

 

터미널 건물

 

퀵셔틀 버스

 

제일 앞 자리는 못 참지


3시간 반 정도의 짧은(훠X 아메리칸 툇!) 이동후에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합니다. 캐나다 플레이스를 비롯해서 역 근처의 다운타운을 걸어서 다닐 예정이라 최종 정거장인 Waterfront Station 근처에서 내렸어요.
최남단 기차역이라 정차해 있는 수많은 기차들이 보입니다.

캐나다 서부 최남단 밴쿠버


선로 위쪽 길을 지나서 조금 걸어가니 캐나다 플레이스(Canada Place)가 나타납니다.
캐나다 플레이스에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Vancouver Convention Centre), 팬 퍼시픽 밴쿠버 호텔(Pan Pacific Vancouver Hotel), 밴쿠버 세계 무역 센터(Vancouver World Trade Centre), 밴쿠버 가상 비행 체험 플라이오버(Flyover in Vancouver) 등이 있습니다. 건물 외부는 돛을 닮은 천으로 지붕을 덮어서 독특한 모양새고 알래스카로 가는 크루즈가 출발하는 주요 크루즈선 여객 터미널이기도 합니다.

역 뒤가 바로 항구에요

 

천막 같은 독특한 모양의 캐나다 플레이스

 

크루즈도 정박 가능한 항구

 

캐나다 플레이스(Canada Place)


캐나다 플레이스 주변을 둘러보면서 놀다가 화들짝 놀랐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독일산 맹견인 로트바일러로 보이는 개를 입마개도 없이 목줄을 풀어놓고 산책을 시키고 있는 것이었어요.
단이(귀 자르기)를 안 해서 인상이 무섭지는 않은데 덩치도 그렇고 근육의 모양새가 물리면 1초 컷 나겠더라고요.
로트바일러는 우리나라에서는 도베르만 핀셔, 핏불 테리어 등과 함께 3대 맹견으로 지정되어 나이가 3개월을 넘어가면 목줄과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여야 하는 종이예요. 그런데 이 녀석은 아무 보호장비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캐나다는 아닌 건가? 여기도 맹견인데 견주가 돌+I인 건가 하는 여러 생각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로트바일러님께서 슥~ 돌아보실 때는 오징어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심판인 영희 로봇이 돌아보는 듯한 카리스마라 얼음 상태로 가만히 있었어요.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생각 같아서는 주인에게 "자네 살면서 고소 같은 거 당해 본 적 없는가?"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캐나다 동물법도 모르고 또 로트바일러가 '네가 뭘 할 수 있는데?'라는 표정으로 쳐다봐서 오체투지를 하면서 멀어질 때까지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애견 문화에 문화충격을 받은 날이자 팬티를 두 번 갈아입은 날이었어요.

게임을 시작하지


거리가 멀어지자 얼른 역으로 대피를 합니다. 전 소중하니까요.

우리는 이 일을! 이 장소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딱히 갈 생각이 없었는데 시애틀에서도 그러더니 여기도 유명 스타벅스점이 똿! 하고 있네요. 시애틀이 스벅 1호점이고 여기가 2호점이라고 합니다. 미국을 빼면 해외 1호점인 게 돼요.
역시 뭐든 이름값이 중요한 게, 잠깐 들렀다 갈까? 하는 마음이 솔솔 듭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스타벅스 2호점이자 해외 1호점에 들러서 커피향으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 보아요.

스타벅스 2호점


잠시 피로를 풀고 난 후 다시 다운타운 일대를 돌아다녀봅니다.

밴쿠버 다운타운


지나가다 보이는 아무데나 들러서 아무거나 시켜서 먹고 또다시 아무데나 걷다가, 반나절의 짧은 밴쿠버 여행을 마치고 시애틀로 컴백홈 합니다.

아무데나

 

아무거나


이제 마무리 멘트를 하고 글을 마쳐야 할 타이밍인데 또 이벤트가 터져요(누가 캐나다가 평화롭다고 한 거야 쓰읍). 돌아가는 퀵셔틀 버스를 타려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분이 승차입구를 못 올라가서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멈춰서 있는 거예요. 캐나다나 미국의 버스들은 장애인 친화적인 저상버스라 탑승이 어렵지 않을 텐데 기운이 없어서 그러신가 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도 입구가 막혀서 못 타는 상황이라 기사분을 슬쩍 쳐다보니 앞만 보고 모르는 척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인터넷 밈(Meme)으로 아는 캐나다인들은 아이스하키를 지면 폭동, 방화를 하는 폭도가 되지만 그 외에는 얌전한 국민성으로 접했는데 이것 참 실망입니다. 결국 제가 장애인분의 휠체어를 밀어서 버스에 올려드리고 친화도 +10 짜리 '친절한 훈남 동양인' 타이틀을 획득하려는 찰나 조용히 있던 장애인분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어어.. 이게 아닌데 하면서 기사분을 쳐다보니 어휴~ 하는 표정인 거예요. 이후로도 한참을 난동을 피워서 버스가 출발을 못하는 상황이라 기사분께 제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몇 번이나 탑승구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저러고 있다고 하십니다. 전 미안한 마음에 한 번 더 사과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결국 버스는 한참을 더 멈춰서 있다가 장애인분이 내리고 나서야 겨우 출발을 했습니다(밴쿠버는 대체 어떤 곳일까?). 전 친화도 +10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고 판단력 -10짜리 '순진한 눈치 없는 동양인' 타이틀만 얻고 밴쿠버 여행을 마쳤어요. 한참을 지난 일인데도 기억이 선명한 이벤트였습니다.


밴쿠버 캐나다 플레이스 영상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밴쿠버 방문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해요. 다음에는 일본 편이나 국내 편으로 돌아올게요.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