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세한 여행기
이번엔 여러 사정으로 일찍 예매를 못해서 20만원대 항공권은 날아가고 40만원 정도에 아시아나 직항으로 구매했어요. 10시간 이상 타는 나라들 항공기는 좌석이 중요한데 비해 동남아는 보통 5~6시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좌석이 좁아서 불편해도 그동안 가격이 싼 저가항공사를 주로 이용했는데 이번엔 오랜만에 대형항공사를 이용하게 됐네요. 그나저나 SNS에 올라오는 퍼스트클래스 이런 건 죽기 전에 타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도착할 때 보니 구름이 가득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날씨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라 내일은 좋아지겠지 하면서 무시했는데 결국 여행 내내 발목을 잡더군요. 수십 번의 해외여행 동안 운 좋게도 거의 다 좋은 날씨였는데 이번엔 제대로 걸려서 여행 내내 흐리고 비 오고 심지어 안개로 하나도 안 보이는 지경까지 가기도 했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샤방샤방한 사진들이 별로 없어서 좀 아쉽네요.
구름 5분 힐링 영상
Hanoi Noi Bai 국제공항에 내려서 입국수속을 밟는데 제출하는 서류가 하나도 없었어요. 입국신고서도 내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인듯해요. 심지어 몇 년 전에 베트남에 왔을 때도 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무서류 입국이네요. 짐검사도 없고요. 근래 베트남에 한국이 투자를 많이 한 덕분일까요? 아주 편해졌어요.
환전은 공항이 제일 싸다고 해서 입국수속대를 나와서 오른쪽에 있는 MSB Money Exchange로 갔어요. 공항은 보통 뭐든 비싼 편인데 싸다니까 신기하네요.
달러 환율 써져 있는 걸 보니 2만 3천 얼마로 적혀있더라고요. 하지만 이건 실제 가격이 아니에요. 물론 흥정 없이 쿨거래 하면 실제 가격이긴 합니다만 제가 환전팁을 알려드릴 테니 그대로 해보세요, 그러면 더욱 싸게 환전을 할 수 있습니다.
환전소에 가서 달러를 바꿀 거라고 하면 직원분이 계산기를 두드려서 보여줍니다. 여기서 덜컹 바꾸면 아마추어 되는 겁니다. 따로 흥정할 필요도 없고 그냥 순진한 얼굴로 헤에~ 하고 고민하는 척하고 있으면 딱 붙어있는 바로 옆에 가게 언니가 더 싸게 딜 들어와요.
그럼 또 그쪽에 관심을 보이면서 순진한 얼굴로 헤에~ 하면 이번엔 원래 물어봤던 가게 언니가 계산기를 다시 보여줍니다. 이번엔 바꿔야지 하면 세미프로죠. 또 느긋이 계산기 보면서 일행과 얘기하는 척하고 있으면 경쟁가게 언니가 계산기를 다시 보여 줍니다.
이러기를 한 열 번 정도 하니까 24,400까지 올라갔어요. 여기서 경쟁이 멈춰지고 더 이상 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젠 우리가 24,500을 던져봤는데 이건 양쪽 다 한사코 안 된다고 하는거에요. 가게끼리는 서로 계산기 안 보여주던데 똑같이 저 금액을 마지노선으로 멈추더라고요.
두 가게가 짜고 치는 게 아니라면 저 금액이 그날의 최대 할인율인 듯했어요. 만약 짜고친거에 우리가 속은 거라면 언니들 연기력은 송강호급일 듯요.
그런데 아마 속은 건 아닐듯한 게 한국에서 알아보고 온 시세보다 쌌거든요.
숙소나 당일투어등은 대부분 예약을 하고 왔고 쇼핑은 그리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군것질할 돈 정도만 필요해서 일행들 합쳐서 1,000달러만 바꿨는데, 미리 바꿔놨던 달러환율도 올랐고 공항에서의 거래도 환전딜! 성공적! 이 돼서 한국에서 베트남 동으로 바로 바꾼 것보다 약 9만원 정도 이득을 봤어요.
현지 수수료 1~2% 잡고 백만원당 6만원 이득으로 계산했는데 130만원으로 9만원 정도 이득 봤으니 계산보다 약간 더 이득이었네요.
참고로 달러도 100달러 짜리로 바꾸는 게 조금 더 이익이에요. 더 작은 액수의 달러로 환전하면 환율을 안 좋게 쳐줘요.
잔돈은 많이 안 바꿔줘서 옆에 커피숍에서 커피와 패션후르츠를 시키고 잔돈을 조금 바꿨는데 나중에 추가로 더 바꾸려고 물어보니 캐셔가 돈통을 열 수 없다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물건을 팔면서 바코드 찍어야만 열리나 봐요.
환전도 끝났겠다 싸파로 가기 위해 공항 17번 기둥에서 슬리핑버스 사무소 데려가는 미니셔틀버스 기다리는데 와야 할 버스직원이 안 오더라고요. 종종 늦게 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버스탑승시간이 되어가니 긴장되더군요. 앱에는 슬리핑버스가 곧 도착으로 뜨는데 셔틀버스도 아직 안 오니 걱정됐어요. 결국 셔틀버스는 본버스 출발시간 때가 다 되어서야 나타나더라고요.
셔틀버스를 타고 약 2~3분 이동해서 사무실에서 이름 및 생년월일 적고 대기하는데 알고 보니 14시 차가 14:35분으로 늦어진 거였어요.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연착으로 사무실에서 하릴없이 기다리는데 약간 더웠어요. 오히려 공항 그늘에 앉아 있는 게 덜 더웠던 것 같아요. 11월 하노이 날씨는 초가을 느낌으로 딱 좋은 기온이었지만 실내에 여러 사람이 앉아 있으니 좀 덥더라고요.
기다리다가 옆에 Manh Thuong 가게에서 사이공 라거 맥주 350ml 캔 2개 사 먹었는데 카스 비슷하고 탄산이 제법 많아서 목을 탁 칩니다.
한 캔씩 마시다 보니 드디어 Sao Viet 슬리핑 버스가 도착하네요.
슬리핑버스는 탈 때 기사분이 비닐을 주면 신발을 벗어서 넣고 들고 들어가면 돼요. 표를 보여주니까 "두 번째 왼쪽"이라고 한국말로 말해 주시네요.
2층 침대 구조고 우리는 윗칸에 탔는데 사진에 보이는 손잡이를 잡고 올라야 돼요. 그런데 생각보다 오르기 쉽지 않습니다. 요령이 없으면 남자는 괜찮은데 여자는 좀 힘들어요. 한 칸의 높이는 100cm 정도고 길이는 170cm 정도 돼요. 키 큰 사람은 좀 굽히고 누워야 합니다. 매트가 침대처럼 쫙 펴지기도 하고 등받이를 세워서 썬베드처럼 누워 있을 수도 있어요. 회사에 따라 안마기능도 있고 그럽니다. 복도 및 창에 가림막이 있어서 제법 어두워 자기는 좋은데 에어컨이 세서 좀 추우니까 에어컨을 막고 그래도 추우면 이불 있는 거 덮으면 돼요. USB 충전 포트 2개 있고 TV도 있고 생수 1개 제공해 줘요.
한 시간 반정도 이동해서 Trạm Dừng Nghỉ Nhà Hàng Minh Đức 휴게소에 도착했는데 기사분에게 얼마나 머무냐고 물어보니까 한국말로 "15분!" 그래서 웃었네요. 요즘 동남아는 한국인에게 친절하고 한국말도 웬만큼들 하는데 베트남은 더더욱 그렇더라고요.
휴게소는 옥수수나 찐빵처럼 생긴 간식 및 식사 등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기념품이나 각종 잡화들도 팔고 있어요. 중간에 휴게소는 한 번 들르는데 여기를 지나면 4~5시간 정도를 계속 가기 때문에 가급적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화장실은 입구에서 이용료를 받는데 인당 3,000동 입니다. 거스름돈을 안 거슬러 준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거슬러 줬어요. 그래도 화장실용으로 잔돈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아요. 화장실은 냄새가 안 나고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까 유니폼 입은 언니들이 여럿 서서 차 샘플 주길래 마시고 있는데 노슈가 스테비아 그래서 오~ 하면서 계속 마시고 있으니까 차팩 가져와서 영업하길래 하나 살까 하고 봤는데 그닥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사진 않았어요.
싸파 도착 전에 Lao Cai Railway Station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시내라 길도 막히고 신호도 걸리고 해서 여기서 시간을 제법 잡아먹어요.
약 6시간 정도 걸려서 싸파 시내 도착하면 미니버스로 호텔까지 이송해 줍니다. 타기 전에 Bun Bo Hue에서 간단하게 쌀국수를 먹어주고 출바알~
Sapa Horizon Hotel에 짐을 풀고 나와서 싸파 노틀담 성당 근처의 좌판에서 베트남 피자라고도 불리는 반짱느엉을 먹었어요. 20cm 정도로 얇게 편 라이스페이퍼를 바짝 굽고 그 위에 칠리소스, 옥수수, 달걀, 파, 마가린 등을 섞어서 올려서 구웠는데 약간 새콤하면서 피자 느낌이 납니다.
일행이 계산기로 3,000 보여주니까 맞다고 하셔서 한참을 너무 싸다고 호들갑 떨었는데 우리의 착각이었어요. 동은 자릿수가 많아서 그런지 보통 천 단위를 생략하고 말하거나 1십만이면 1 헌드레드 싸우전 식으로 분리해서 말하는데 할머니께서 3만을 3천으로 얘기하신 거였어요. 어쩐지 내용물에 비해 이상하게 싸더라니요.
군옥수수 등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고 저녁을 먹을 곳을 향해서 싸파광장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고 시끌벅적합니다. 토요일이라 그런가 했는데 싸파에 있는 내내 그랬어요. 밤이 없는 도시인듯해요.
싸파공원에서 싸파호수 사이에 있는 Nhà hàng Ô Quý Hồ에서 식사를 했는데 Fried local fish는 7~8cm 정도 되는 멸치 느낌의 작은 생선을 튀긴 것과 깻잎 비슷한 잎 튀김에 지푸라기 같은 게 섞여서 나오는데 튀김은 아주 바삭했어요. 지푸라기는 조금 잘라서 먹어보니 딱 지푸라기 식감이라 물어보니 먹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런 것치곤 음식과 너무 잘 버무려 놓아서 먹는 건지 아닌지 헷갈리더라고요. Vietnamese spring rolls은 순대 및 전병 등을 섞어 놓은 듯한 맛이었어요.
1차를 마치고 배는 불렀지만 여행 첫날이라 으쌰으쌰 신나서 2차로 호수 옆 꼬치가게들 있는 곳에 가서 또 잔뜩 시켰는데, 먹을 수 있으려나 했지만 신기하게도 위가 꿀렁꿀렁 늘어나더니 술술 들어가더라고요. 첫날 아주 먹방 제대로 찍었습니다.
베트남은 저번 여행 때 음식이 정말 입에 맞아서(특히 쌀국수요) 첫날부터 쌀국수를 시작으로 먹방을 거하게 하고 기분 좋게 내일을 위해 숙소로 고고했어요. 혹시 고수를 싫어하시면 고수를 빼달라는 이미지를 저장해 놨다가 보여주거나 번역기로 들려주면 좋아요.
오늘은 싸파에서의 첫날까지만 올리고 나머지는 내일 다시 이어서 올리기로 하고 너무 자세한 여행기는 이쯤에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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