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세한 여행기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일정의 마무리를 하려고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숙소를 나와서 오토릭샤를 잡았어요. 근데 제가 탄 릭샤 기사분이 특별한 건지 모르겠는데 몇 km 안 되는 짧은 길을 가는데 사고가 세 번이나 났어요.
솔직히 이전까지는 중국이 교통문화 최저점이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인도가 가뿐히 눌러버렸어요. 출발때부터 아슬아슬하게 운전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결국 가면서 계속 사고를 내더군요. 릭샤들 끼어들기나 추월하는거 가만히 보면 사고 안 나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더라고요.
이전에 여행했었던 제 친구가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다가 사고 나서 중간까지 굴렀다고, 인도 대중교통 엄청 위험하게 운전 막 한다고 한 얘기가 떠오르면서 사고 날 뻔 할 때마다 움찔움찔 하면서 갔어요.
그런데 재밌는건 여기서는 사고가 일상인건지 세번이나 사고가 났는데 그때마다 사고부위를 쓱 보고는 서로 뭐라뭐라 하면서 바로 다시 출발하더군요. 1분도 지체 안 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 한 번은 그래도 좀 세게 받아서 릭샤가 많이 찌그러졌는데도 그냥 서로 제갈길 가더라고요. 그러고서 저희한테 잠시 고치고 간다고 하더니 근처 공원에 세우고 직접 찌그러진 곳을 대강 편 후에 다시 출바~알~ 하십니다 ㅎ.
베트남도 오토바이가 많아서 엄청 빵빵대고 슝슝 지나다니지만 인도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다행인 건 도로에 릭샤나 택시등이 바글바글해서 속도를 많이 못 내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대형사고는 잘 안 날 것 같다는 점일까요?
어찌어찌해서 겨우 Akbar 대제의 무덤에 도착했어요. 입장료는 현지인 10루피 외국인 110루피인데 금요일은 현지인만 반값 받더군요(아~ 왜~ 외국인도 이벤트 해줘요 뿌에엥~). 현재는 외국인은 현장결제 310루피 온라인 260루피입니다.
악바르 대제는 무굴 제국의 제3대 황제로써 군대와 제도 개편으로 제국의 힘을 키우고 관용적인 종교 정책을 펼쳐 이슬람 외에 다른 종교도 포용했으며, 지역 강국 정도였던 무굴 제국을 진정한 제국으로 끌어올린 명군입니다. 행정 개편을 통해 체계적인 정부 구조를 확립했고, 수많은 영토를 정복해 인도 아대륙 대부분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설립했으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예술을 사랑해 수많은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문화를 진흥시켰습니다. 그의 재위기간 동안 무굴제국은 경제나 영토나 모든 면에서 몇 배 이상 급성장을 이루었고 당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거대한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곳은 의외로 외국인들이 적었고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가족단위로도 많이 보였어요.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의 무덤 주위로 길이 700여 미터 정도의 넓은 초지가 있는데 영양처럼 보이는 종류와 원숭이들이 뛰어놀고 있어요. 초지로 내려가는 건 금지되어 있어서 지나가면서 구경만 했는데 숫자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무덤은 붉은색 계통으로 타지마할과는 다른 느낌인데 관리는 약간 소홀한지 낙서들이 많이 보여요. 다행인 건 한글로 된 낙서는 없었어요. 분위기는 유적지보다는 쉼터 같은데 가족들이 큰 나무 그늘의 의자에서 대화를 나누며 쉰다든가 아이들이 뛰어다닌다든가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수목원 느낌의 악바르 대제 무덤에서 힐링을 하고 다음으로 Agra Fort를 방문했는데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아그라포트는 1565년 무굴제국의 악바르대제가 건설한 요새로 샤자한왕이 타지마할을 건설하면서 국고를 크게 낭비하고 국민들을 힘들게 하자 아들인 아우랑제브가 왕자의 난을 일으켜 아버지인 샤자한을 폐위시키고 이곳에 가두어 두게 됩니다.
샤자한은 이곳에서 사랑했던 왕비의 무덤인 타지마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이곳은 요새라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가득해서 요새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음성안내가 8개 국어로 지원되는데 그중에는 한국어도 있어요. 현재는 입장료가 600루피에 타지마할 입장권이 있으면 50루피 할인해 준다고 하네요.
여기는 유적지들이 모여있는 중심권이라 그런지 사람들 어마무시합니다. 호객꾼 역시 어마무시하죠. 인도에서는 호객꾼은 그냥 자연현상처럼 받아들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물이 흐르는구나 바람이 속삭이는구나 하면서 그냥 지나가시는 게 속 편합니다.
타지마할과 이곳은 볼게 많아서 아그라를 방문한다면 꼭 들려야 할 곳이에요. 아그라 포트는 요새가 아니라 예술작품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타지마할도 그렇지만 고작 반나절만에 보기에는 버거운 건축물이에요.
한참을 아그라포트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어 일정의 최종목표인 타지마할 야간개장을 보기 위해 다시 택시를 타고 이동합니다.
타지마할 야간개장을 설명드리자면 보름달이 뜨는 매월 15일 앞뒤로 2일, 한 달에 5일만 개방하고 A.S.I(인도 고고학 사무실)를 직접 방문해서 티켓팅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온라인 예매가 가능 한지 모르겠는데 이때는 하루전날에 현장 예매만 가능했어요.
하루에 최대 200명만 볼 수 있고 30분 단위로 50명씩 끊어서 입장을 시키며 입장 시 여권사본을 보여줘야 해요. 달빛에만 의존해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삼각대가 꼭 필요한데 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놨어요.
Night Viewing Entry 라는곳에서 짐검사를 하고 미니버스에 탑승해서 정문까지 이동합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서 정문으로 딱 들어가면 환상적인 타지마할 풍경이.. 보이지 않아요. 예 안 보입니다.
보름달이지만 달빛 외에는 전혀 불빛이 없기 때문에 많이 어둡고 흐릿하게 보여요. 타지마할 중간쯤에만 불이 켜져 있고 다른 데는 전혀 불빛이 없어서 달빛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눈이 어둠에 적응해서 조금 보이지만 사진처럼 보이는 건 아니에요. 사진은 장노출로 찍어서 그런 거고 사람눈에는 그런 기능이 없으니까요. 사진도 삼각대가 있었으면 좀 깔끔하게 나왔을 텐데 반입금지라 연못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쳐놓은 펜스에 올려놓고 손으로 고정시켜서 찍어서 흔들림을 완전히 막을 수가 없었어요. 초점도 못 잡겠고요. 장노출 사진 찍으려고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으면 모기가 달려들어서 이래저래 힘들었어요.
야간 입장 때는 군인하고 경찰들도 주변에서 호위(는 아닌 것 같고 감시)하고 있어서 정문 외에는 이동할 수 없어요. 모기와 씨름하며 촬영하다 보니 금세 삼십분이 지나서 다시 대기소로 돌아왔는데 재입장하려니까 거기 직원들이 놀라더군요. 아마 두 번이나 본 사람은 없었나 봐요.
두 번째는 사진 안 찍고 눈으로 보면서 분위기만 느끼고 나왔어요. 가까이서 못 보고 불빛도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달빛 아래에서 보는 타지마할이라는 유니크한 경험을 하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오랜 시간이 지난 요즘도 잊히지 않는 기억입니다.
이렇게 대망의 인도 여행을 타지마할 야간입장으로 마무리하고 숙소로 가서 푹 자고 일어나서 뉴델리로 가기 위해 며칠간 정들었던 숙소를 체크아웃 했어요. 기차역까지 가기위해 전날 예약한 택시기사한테 약간 선지급한 택시비는 택시기사의 노쇼로 날리고 그냥 지나가는 택시 잡아서 기차역으로 왔어요.
뉴델리에서는 뭐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딱 하나 기억나는 건 귀국일에 쇼핑하려고 택시를 타고 지도 보여주면서 쇼핑몰 가자니까 어딘지 안다고 하고는 슝~ 출발했어요. 그랬는데 엉뚱한 곳에 내려놓고 같이 내리더니 들어가자고 하더군요. 딱 봐도 아니길래 여기 아니고 지도에 있는 곳으로 가달라고 하니 막무가내로 맞다고 들어가자고 해서 됐다고 하고 다른 택시를 다시 잡았어요. 아마 데려온 호구가 사는 금액의 일정 비율을 택시기사가 커미션으로 받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번에는 몇 번이나 확인받고 출발했는데 또 다른 쇼핑몰에 내려주고 여기라고 또 우깁니다. 이쯤 되니 안 되겠어서 근처 공식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어요.
거기엔 경찰도 몇 명 앉아있었고 공공기관 같은 분위기라 여기서 물어보는데 구석에 앉아있던 일반인 복장의 사람이 친구를 붙잡고 설명을 해줍니다. 그래서 얘기하는 거 보고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설명해 주는 사람 뒤쪽에 있던 경찰과 눈이 마주쳤어요.
경찰은 설명해주는 사람이 볼 수 없는 뒤쪽 위치였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 아주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눈짓을 하더군요. 순간적으로 느낌이 와서 다른 사람 모르게 알았다고 끄떡 해주고 친구를 데리고 나왔어요.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앞으로도 알 수 없겠지만, 그냥 개인적인 추측으론 인도에서는 슈퍼파워라는 경찰도 몰래 눈짓으로 알려주는 걸 보면 호객꾼들도 막강파워고 관공서까지 선이 닿아있는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래서 나와서 택시를 두 번이나 더 탔는데 어 데쟈뷰인가? 할 정도로 앞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됐어요. 제가 닥터 스트레인저도 아니고 최상의 미래를 알아내기 위해 무한히 현재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네 번이나 뺑뺑이 돌고나니까 짜증이 확 나서 비행기 출발시간이 12시간이나 남았는데도 공항으로 가버렸어요. 택시들이 대놓고 뺑뺑이 돌리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걷기에는 멀고 덥고 해서 그것도 무리였고요. 지금이야 우버택시가 있다지만 이때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공항가는 택시는 한 번에 목적지에 데려다주네요. 무한전생은 쇼핑센터 한정이었나 봐요 ㅡㅡ^
공항에 도착하니 9시간 전부터 들어 갈 수 있대서 한두시간 주변을 배회하다가 시간 맞춰서 들어가 거의 7~8시간을 의자에 누워서 자거나 사진정리하거나 했네요.
무한도전팀도 인도에서 사기당한 걸 최악의 특집으로 뽑았는데 방송국도 당하는데 개인은 오죽할까요. 뭐 택시비는 비싼게 아니라 큰 타격은 없는데 기분이 매우 안 좋아지는게 문제였어요. 그리고 네번 연속 당하니까 모든 택시가 다 그럴 것 같은 불신도 생기고요.
유종의미를 거뒀으면 좋았을 텐데 끝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타지마할이나 그 외 유적들은 정말 멋졌고 일반 현지인들도 친절하고 재밌었어요. 좋은 점도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그런 게 여행이려니 합니다. 인도 여행기는 오래전 기억과 부족한 자료로 쓰려니 좀 힘들었는데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여행들도 얼른 써놔야겠어요. 인도 여행기는 여기서 마치고 다른 여행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Goodsp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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