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전 델타 항공을 타고 도쿄를 경유해서 14시간 정도 걸려서 Seattle–Tacoma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어요.
미국행은 굉장히 긴 시간을 비행하기 때문에 안대나 귀마개를 하고 자거나 폰으로 컨텐츠를 보면서 시간 관리를 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너무 긴 비행이라 현기증이 난단 말이죠.
자리 선택도 중요한데 본인이 화장실을 잘 안 가는 편이고 경치를 보는 걸 좋아한다면 창 측 자리를, 화장실을 자주 간다면 복도 측 자리를 권해드려요. 복도 측 자리는 안쪽 사람들이 나갈 때마다 비켜줘야 해서 불편하고 잠도 깨는 대신 본인이 화장실 가거나 일어나서 기지개라도 켤 때는 복도 측 자리가 좋죠. 화장실을 자주 가면 자는 사람 깨워서 양해를 구하는 게 좀 그렇거든요.
그리고 키가 커서 넓은 자리를 원하면 비상구 자리를 요청할 수 있어요. 비상구자리는 넓어서 다리를 쭉 펼 수 있어 편하지만 승무원과 마주 보고 가는 자리도 있고 등받이가 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추가로 비상구 좌석에 탑승한 승객은 비상 상황 발생 시 비상구를 작동하고 승무원과 함께 승객의 대피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비상구를 작동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 및 인지력, 동승자가 없는 사람이라는 조건들이 붙어요. 그래서 국내선은 군인, 소방, 경찰 등의 직종이 우선 배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겁나 긴 비행을 마치고 곧 시애틀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들리네요. 창 밖을 보니 현지인은 눈산이라고 부르는 Mount Rainier가 저 멀리 보입니다. 높이가 4,392m나 되어 정상에는 항상 눈이 있어서 눈산이라고 부른다고 현지 친구가 알려주더군요.
시애틀-타코마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위해 대기하던 중 폰을 꺼냈는데 바로 보안요원이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안 찍었다고 하니까 폰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고 사진첩을 검사받은 후에 폰은 다시 주머니에 넣었어요. 별생각 없이 꺼냈다가 큰일 날 뻔했습니다.
911 테러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인지 입국수속도 까다롭게 했어요. 인터뷰도 길었고 이것저것 많이 묻더라고요. 말 한번 잘못하면 공항에서 바로 짐 싸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대답했는데 다행히 잘 통과했어요.
질문 내용은 입국목적이나 체류지, 직업 등 기본적인 것 외에도 이것저것 물었는데 전 친구집에 머문다고 하니까 친구가 남자냐 여자냐도 묻더라고요. 당시에는 아마 결혼해서 눌러앉을까 봐 묻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직업도 둥글둥글하게 얘기하면 다시 자세하게 물어봅니다. 보안검색도 벨트 풀고 신발 벗고 등등 엄청 셌어요. 요즘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911 테러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잘 통과하고 짐을 찾아서 나오니까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드디어 천조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청 큰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으로 가서 절 픽업하러 온 친구를 만나 바로 식사를 하러 갔어요.
식사를 하려고 가는 현지 맛집인 The Athenian Seafood Restaurant And Bar는 공항에서 I5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0여 km 정도 달리다 보면 나오는
Pike Place Market 내에 위치하고 있어요.
현지에 거주하는 친구가 데리고 간 맛집인데 알고 보니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온 곳이었어요. 주인공인 톰 행크스와 친구가 앉아서 술을 마시는 장면에 나오는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아주 오래전 영화지만 이 로맨스 영화가 대단한 게 이전까지의 시애틀의 별명이었던 Emerald city를 지워버리고 Sleepless city로 바꿔버린 점이에요.
말이 나온 김에 시애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면
북미 태평양 북서부와 미국 워싱턴 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시애틀 대도시권의 인구는 400만 명이고 미국에서 15번째로 큰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어요.
시애틀 지역에는 4,000년 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1853년 두와미시족과 수쿼미시족 추장 시애틀(Chief Seattle)의 이름을 따 마을에 "시애틀"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해물도 싱싱하고 바삭하게 튀겨서 맛있는데 양이 넘 많아요. 친구 말로는 미국 식당은 보통 음식양을 많이 주고 남는 건 가져가서 먹는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피자 같은 경우는 엄청 큰데 대신 조각판매도 해서 조금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팁은 따로 주지 않고 영수증에 아예 포함되어서 나온 걸로 기억해요.
맛집 간판 깨기를 마치고 Farmers Market을 좀 더 구경하기로 합니다.
시애틀은 현지에 거주하는 친구집에서 며칠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일정도 따로 안 짜서 뭐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걷다가 보니 스타벅스 1호점이 보이네요.
궁금해서 들어가 보는데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곳은 없고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거나 기념품을 살 수 있어요. First Starbucks 마크를 붙여서 텀블러나 머그컵, 에코백 같은 기념품을 파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고 있습니다. 저도 잔뜩 사서 두고두고 선물로 잘 써먹었어요. 요즘은 해외직구로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더라고요.
Farmers Market 옆 사거리 건널목을 건너가는데 노숙자분이 팻말에 정확하지는 않은데 I need weeds 이런 글을 써서 들고 있었어요. Weed 뜻은 풀 밖에 몰라서 현지 친구에게 저게 뭔 뜻이냐고 물으니 예전 한화 야구단 별명인 XXXX를 달라는 소리라고 하더라고요. XXXX를 저렇게 대놓고 달라고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워싱턴주는 XXXX가 합법일 수도 있었을듯해요. 그래도 한국인 관점에서는 당당하게 달라고 팻말을 들고 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기념품을 사재기하고 Westlake Center 안에 있는 오락실(PC방 아님)에 놀러 갔는데 한국에 있는 오락실과 비슷합니다. 2층으로 되어있고 넓은 공간에 수많은 게임기들이 놓여 있어요. 10대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분위기도 한국과 비슷하네요.
신나게 게임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Pioneer Square로 가는 길에 Seattle Art Museum 앞에서 낯이 익은 조형물을 발견했어요.
나도 봤는데? 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앞에도 같은 게 있어서 그럴 거예요. 해머링 맨(Hammering Man)은 미국의 조각가 조나단 브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작품으로 미국 시애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노르웨이 릴레스톰 등 세계 각국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홀로 망치질을 반복하는 모습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현대인의 고독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해요. 이상한 부분에서 친밀감을 느끼고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Pioneer Square는 1851년 유럽에서 이주한 이주민들이 처음 정착한 곳으로 시애틀의 시초가 되는 지역이에요. 아주 작은 장소인데 토템이나 인디언 추장 시애틀(Chief Seattle) 흉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애틀만은 아니고 미국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낯이 익은 장소나 건물들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소프트파워의 위대함을 이런 데서 느끼는데 헐리웃 영화나 미드, 게임 등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딱 보자마자 어? 저건?! 하게 되더라고요. 심시티라는 건설시뮬레이션 게임을 한 분들은 아래 건물들을 보자마자 저처럼 어? 저건?! 했을걸요.
시애틀의 아이콘인 Space needle을 보러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합니다.
스페이스 니들은 영화나 미드에 시애틀을 나타낼 때 자주 나오는 랜드마크예요.
뒤에 배경사진을 걸어놓고 기념사진을 찍어줘요.
한참을 기다린 후에 전망대에 올랐는데 시애틀시가 다 내려다 보여요. 높은 건물은 많지 않지만 도시가 깔끔하고 잘 정비되어 있는 게 느껴집니다.
시애틀 거리를 다니다 관광마차를 봤는데 말도 그렇고 마부도 그렇고 정말 멋있더라고요. 말의 덩치도 크고 발에 털도 멋있는데 중절모에 롱코트를 입은 마부분도 멋졌습니다.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가 저녁을 먹고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다음 편은 레이니어산 크리스털 마운틴 리조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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