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3대 석양으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 석양 모음 특집이 될듯합니다.
일어나 보니 바다 쪽에는 이미 해가 들어서 멀리 있는 Pulau Gaya 섬이 반짝반짝합니다.
호텔 연계상품인 반딧불이투어를 신청해서 오늘은 저녁때까지 자유시간이라 리조트 탐방에 나섰어요. 썬셋바쪽으로 가기 위해 어제 신나게 놀았던 수영장을 지나가는데 보드에 이런저런 이벤트가 쓰여있더라고요. 요가, 카약레슨, 코코넛 볼링, 수박 먹기 대회, 댄스 등 시간별로 진행하는가 봐요. 그 밑에는 날씨나 파고, 온도 등도 적혀있고 그러네요.
썬셋바는 이미 해가 들어서 썬베드에 누워있기 힘든 상황이라 지나쳐 가는데 잘 보니 노란 깃발이 꽂혀 있었어요. 위험도에 따라 빨간색부터 노란색 녹색으로 표시해 주는데 빨간색 깃발이면 수영금지입니다. 표지판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글이 메인인 느낌입니다. 코타키나발루의 한국인 관광객 비율이 중국 다음으로 27% 정도 한다는데 인구차이를 생각하면 대단한 듯해요. 표지판을 보고 새삼 또 이곳에서의 K-파워를 느꼈어요. 깃발이 노란색이었지만 아쉽게도 바다수영은 못했어요. 여행지를 가면 항상 하는데 다음날 섬투어도 있고 또 이곳 수영장이 매우 좋아서 바다를 잘 안 들어가게 되더군요.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는 주변이 잔디와 야자수 등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고 의자나 썬베드가 여기저기 있어서 걷다가 쉬다가 하기 좋아요. 리조트도 커서 한 바퀴 돌려면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주변을 걷다 보니 슬슬 더워져서 바로 수영장으로 풍덩! 우리나라처럼 주변에 미세먼지를 막 날려대는 나라가 없는 건지 하늘이 정말 파래요. 하늘도 파랗고 수영장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완전체 인피니티풀입니다.
사진처럼 날씨도 해가 쨍쨍해서 수영하기에 딱 좋네요.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수영장을 전세 내고 쓰는 기분이에요.
수심이 깊은 곳의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 야자나무에 가려진 하늘을 보고 있으면 숨이 차는지도 모르고 물멍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팔라우 현지 가이드분들에게 배운 에어링 수직 쏘기 수평 쏘기 하면서 놀다 보니 시간이 순삭 되어 버렸어요.
해변 쪽으로 가서 엎드려 바다를 보고 있으면 해변길로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그리고 스노클장비를 써도 되는지 안전요원에게 물어보니 괜찮다고 해서 미니핀을 차고 신나게 놀았어요.
뒤쪽으로는 어린이 수영장이 있는데 주 풀과 연결되어 있고 수심이 낮아서 유아와 놀기 좋아요. 근처에는 워터슬라이드 3종 세트 등의 놀이 시설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조트 위치가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곶(Cape)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 산책로가 아름답고 여기에 프라이빗 비치가 리조트를 빙 둘러싸고 있어서 해변에 놓인 썬베드에서 누워있거나 바다수영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썬베드는 무료고 여기저기 많이 있어서 눈치게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중 포스팅에 리조트 사진을 더 올리도록 할게요.
유명한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을 보시려면 근처 다른 해변에 가도 되는데 리조트 자체의 썬베드에서 보는 것도 좋아요. 마누칸섬과 마주 보고 있는 썬셋바에서 봐도 좋고 야외 레스토랑 앞에 해변에 있는 썬베드에 누워서 보는 것도 멋집니다. 전 운이 없어서 환상적이라는 석양을 보지는 못했지만 노을은 거의 매일 볼 수 있었어요.
신나게 수영하면서 리조트에서 놀다가 오후 늦게 반딧불이투어를 시작합니다. 장소는 Sabandar Beach 인근으로 리조트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고 한 시간 정도 이동하는데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는 장거리라고 볼 수 있어요.
처음엔 Sabandar Bamboo Restaurant에 내려주는데 저녁식사 전까지 근처 늪지대에 만들어 놓은 데크에서 산책을 합니다. 늪지대 치고 모기는 별로 없고 나무들이 울창해서 정글에 들어온 것 같아요.
한 삼십여분 산책하고 레스토랑으로 가면 저녁을 주는데 메뉴는 그냥저냥 좀 그래요. 먹고 나면 바로 옆에 위치한 사반다르 해변에서 자유시간을 줍니다.
코타키나발루는 세계 3대 석양지라고 불리는데 위에 얘기했듯이 저흰 제대로 된 노을은 보지 못했어요. 사진처럼 애매한 느낌의 석양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날씨 운이 안 따라주네요. 그래도 여기 포토존인 Aman Bayu Beach 그네 앞에서 사진을 찍고, 해변도 걷고, 앉아서 바닷바람도 느껴보고, 할 건 다 해서 만족해요.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보내고 나면 드디어 메인이벤트인 반딧불이투어를 하게 돼요. 선착장은 해변 바로 근처인데 Tuaran 강으로 보트를 타고 나가서 구경합니다. 아쉽게도 불빛은 사용금지라 사진은 못 찍었어요.
혹시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강가의 나무들에 반딧불이들이 잔뜩 붙어서 타이밍 맞춰서 반짝반짝하는데 정말 볼만합니다.
가이드가 폰 불빛으로 반딧불이의 발광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이때 나무에 잔뜩 달라붙어 있던 반딧불이들이 배로 날아와 2D에서 3D로 바뀌어요. 이때 사람들이 와~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죠.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뿐이었고 곧 고문과도 같은 스트레스가 닥칩니다. 가끔 이동할 때의 보트 모터 소리와 가이드의 발광 유도용 폰 불빛만이 있을 뿐 사방이 어둡고 고요한 강가에 수많은 반딧불이의 빛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뒷자리에 애기(5~6세쯤?)를 데려온 한국여성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어느 순간 시작 된 뮤지컬은 투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반짝반짝 작은 별'하고 '악어떼가 나올라' 두 가지 노래만 무한반복해서 공연되었습니다. 애기가 울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시더라고요.
몇 번 반복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바로 뒷자리라 소리도 크게 들렸고 횟수가 수십 번을 넘어가니 엄청 신경 쓰였어요. 자연을 즐기고 싶었는데 뮤지컬 관람이라니 그것도 앵콜을 한 시간 동안 같은 노래로 라니요.
다른 옆자리 한국인은 가이드가 금지시킨 폰카메라를 켜서 눈뽕 시키고 환장의 콜라보였어요. 계속 그러길래 아코~ 눈부셔라~ 하니까 그때서야 끄시네요.
하지만 노래는 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계속 듣고 있었어요. 미간에 물방울을 떨어트리는 고문처럼 같은걸 무한반복해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고문이 있다는 카더라를 들었었는데 장난이 아니라 진짜 고문방법으로 효과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기억은 몇 년 뒤에 다른 여행을 갈 때까지도 PTSD로 남아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때 얘기를 가끔 하곤 했어요. 한참 지난 일인데도 이 글을 쓰다가 확 올라오는 게 누가 제 귀에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악어떼가 나올라~(소곤소곤) 이러는 것 같아요. 아아악!~(우리는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노래라도 다양했으면 덜했을 텐데 두 가지밖에 모르셨나 봐요. 아름다운 동요였지만 이젠 제 인생 극불호 노래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경우만 아니라면 불빛도 소리도 없는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반딧불이의 빛축제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맹그로브숲에는 모기가 많아서 모기기피제가 필수입니다.
지옥과도 같았던 반딧불이투어를 마치고 다른 자리에 있던 일행과 얘기했는데 거기까지는 소리가 안 들려서 투어에만 집중해서 봤는데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한 시간 만에 보트에서 겨우 탈출해서 리조트에 돌아와서 환청과 함께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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