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세한 여행기
오늘은 고래상어투어를 신청해서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해야 했어요. 이 투어는 세부가 유명한데 세부는 이동 시간만 3시간에 대기도 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보홀의 고래상어투어가 더 낫다고 합니다. 예약방법은 한국에서 한인중개업체에 예약하는 방법과 현지에서 바로 예약하는 방법이 있는데, 릴라 고래상어투어 및 Balicasag과 Virgin Island를 포함한 패키지 기준으로 제가 이용한 한인업체는 점심 포함 4인 그룹 기준 인당 5,400페소 정도였고 현지업체들은 점심 미포함 반정도의 가격인데 가이드를 고용하면 가격이 추가 돼서 결국은 한인업체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인업체는 카톡으로 중간중간 문의도 가능해서 소통이 원활하고 고프로로 사진 및 영상을 촬영해 주는데 이게 정말 멋지게 나옵니다. 저흰 한국에서 예약하고 왔는데 준비물이나 일정 등을 카톡으로 미리 보내줘서 좋았어요. 귀마개나 비치타월, 멀미약, microSD 카드를 준비하라고 얘기하는데 혹시 빼먹더라도 귀마개가 없으면 휴지를 주고 microSD 카드는 500페소를 주면 살 수 있으며 구명조끼는 기본으로 줍니다. 비치타월도 주는데 얇기 때문에 비치타월과 멀미약 정도만 잘 챙기면 됩니다. 그리고 한인업체도 결국 중간 브로커 같은 구조로 현지 가이드나 기사님을 연결해 주는 것이었어요. 일정 내내 한국인 직원 얼굴 볼일은 없어요. 대신 카톡으로 바로바로 응대해 줘서 좀 편한 건 있습니다.
7시에 리조트 입구에서 밴 기사와 만났는데 No Guide 라고 몇 번 말하길래 가이드 없이 릴라까지 간다는 얘기인 줄 알고 오케이 그랬어요. 릴라에서 합류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기사분과 30여분 정도를 가던 중에 업체에서 카톡으로 기사분이 가이드를 떼어놓고 와서 다시 가서 데려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ㅎ. 이어서 기사분이 가이드에게서 전화를 받고 한참을 얘기하더니 차를 돌려서 리조트로 컴백했습니다. 리조트 앞에서 차를 돌리던 중에 입구 근처에 더플백을 메고 약간 불쌍하게 쪼그려 앉아 있는 현지인 두 명을 발견했는데 보자마자 아 저분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뭔가 짠하게 앉아있었는데 만나니까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상황을 설명해 주는데 서로 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기사분이 가이드분들을 떼어놓고 그냥 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ㅋ. Maiko & Edson 두 가이드가 오늘 투어 동행을 하는데 그나마 30분 만에 연락이 되어서 다행이지 릴라까지 갔다가 알았으면 태우고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할 뻔했어요.
미니밴이 릴라로 출발하자마자 가이드가 일정을 대강 설명하고 잔금을 요구해서 주려는데 예약한 일행이 준비해 놓은 1,700페소가 아니라 17,000페소라는 것이었어요. 이번 여행은 제가 진행을 안 했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아무리 동남아라도 3만 얼마에 하루종일 진행되는 일정이 있기 어렵다는 걸 생각했을 텐데 제가 너무 안일했어요. 너무 오랜만의 여행이고 이번엔 일정준비 없이 촬영기사만 하면 되는 차례라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다니면서 돈에 신경을 안 썼더니 시작부터 삐그덕 대네요. 우린 또다시 차를 돌려서 숙소에 들러 돈을 가져오면서 만약 릴라에 도착해서 돈이 부족한 걸 알았으면 더 난감한 상황이었을 텐데 기사분의 실수로 인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좋아했어요(럭키비키잖앙 ^^;). 리조트에서 릴라까지는 40~50km 정도 되는데 한 시간여를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그 후 릴라에서 약 30분간 고래상어 투어를 하게 되는데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까 사람이 되게 많았어요. 현지 업체들이 다 여기로 모이기 때문에 대기장소에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스노클링 인원제한이 있기 때문에 대기장소에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배로 근처까지 데려다줘요.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많이 길지는 않았고 투어장소가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금세 도착합니다. 그런데 바로 가는 건 아니고 투어장소 근처에 배를 정박하면 거기서부터는 수영을 해서 가야 해요(최고존엄 고래상어님께서 놀라시면 안 되니까요). 바다에는 고래상어를 붙잡아두기 위해서 새우를 계속 뿌려주는 배가 떠있는데 이 배 근처에는 투어사에서 데려온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해요.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냇지오와일드, BBC 같은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는 편이라 고래상어도 많이 봤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둘러싸서 강강술래를 하는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에 좀 실망하기는 했어요. 다큐처럼 맑은 물에 커다란 고래상어 옆을 나 혼자 헤엄치는 아름다운 그림 뭐 그런 걸 상상했는데 좀..아니 많이 달랐어요. 놀러 가서 아쿠아리움 수조 앞에 바글바글 모여서 고래상어를 봤을 때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좀 실망했지만, 고래상어가 보통 3~4마리 나타난다는데 관광객은 너무 많으니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요. 가이드의 인솔하에 새우를 뿌리는 배로 다가가면 사람들이 배주위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습니다. 여기에 슬쩍 끼어들면 되는데 이날은 물이 탁해서 멀리까지 안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수영을 하기가 어려운 게 조류의 영향도 있지만 사람들이 발차기를 막 하기 때문에 종종 발에 차여서 그래요. 어떤 여성분은 힐을 신고 와서 발차기를 하시더라고요(거 너무한 거 아니오 처자!)
가이드를 따라 보트방향으로 수영하는데 갑자기 똿! 하고 고래상어가 나타났어요. 예상과는 다르게 머리를 위로하고 사람처럼 물속에 수직으로 떠 있더라고요. 크기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매우 커서 사람 몇 배는 돼요. 진짜 큰 건 거의 열 배는 될 거예요. 지구상 어류 중에 가장 크다고 알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보니까 진짜 크긴 크더라고요. 아쿠아리움에서 볼 때와는 천지차이예요. 그리고 고래상어를 만지면 벌금이 세기 때문에 절대 만지지 말라고 사전에 주의를 받는데 현장에는 사람도 많은 데다 굉장히 가깝게 다닥다닥 둘러싸고 있어서 조류가 조금만 세게 흐르면 고래상어에게 닿을 것 같기에 자본주의 핀킥을 미친 듯이 하게 됩니다.
가이드가 입수 전에 오늘은 고래상어가 3마리라고 했는데 중간에 한 마리 더 추가되었는지 4마리가 헤엄치고 있었어요. 보통은 배에서 퍼주는 새우를 먹으려고 머리를 위로 꼬리를 밑으로 해서 약간 기울어진 형태로 하늘을 보고 입을 뻐끔거리면서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가라앉았다 하면서 먹고 있어요. 덩치에 비해서 눈은 조그마한데 주변에 둘러싼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먹는 걸 보면 은근히 귀엽더라고요. 커다란 동물과 가까이 있는 경험이 신기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또 물이 탁해서 고래상어한테서 조금만 멀어지면 잘 안 보이고 그래서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어요. 전 이번에 사전조사 없이 여행을 와서 몰랐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통 그런가 보더라고요. 그리고 같이 헤엄치는 게 아니고 서서 구경하는 거라 생각만큼 많이 신기하진 않았어요. 전 수영을 조금 하는 편이라 인파를 피해 잠수해서 보고 그러다가 너무 오래 있는 바람에 숨이 차서 급하게 올라오다가 전통배인 방카의 다리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서 선원들이 막 웃었어요 ㅋ(날 이렇게 만든 방카 네놈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
중간에 새우를 먹다가 먼바다로 빠지는 상어를 혼자 따라가면서 구경하니까 그때서야 약간 다큐 같은 느낌도 나고 좋더라고요. 그런데 이때 가이드분이 고프로로 우리 팀 사진하고 영상을 열심히 찍어 주셨는데 전 혼자 고래상어를 따라다니는 바람에 많이 못 찍혔어요. 일행들은 사진을 많이 건졌는데 전 적어서 이건 좀 아쉽더라고요.
고래상어투어가 끝나면 발리카삭섬으로 거북이투어를 가는데 이 얘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포스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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