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세한 여행기
여행 세번째 날인 13일은 어제 안개 때문에 취소한 함롱산을 오르기로 하고 호텔 조식을 먹고 8시쯤 나섰어요.
오늘도 Hàm Rồng 산에는 안개가 가득했지만 강행하기로 하고 입장료로 인당 7만동을 내고 들어갔어요.
우리 일행 밖에는 없어서 괜히 왔나 했는데 올라가는 길이 기암괴석들과 나무가 많아서 나쁘지 않았어요. 어디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다른 어딘가는 판타지 영화 배경 같기도 해서 멋졌는데 다만 정상은 안개로 자욱해서 멋진 싸파 호수와 주변의 시내전경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어요.
정상 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40분이면 오르고 길도 평탄해서 등산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고 산책과 등산 사이의 그 무엇이라고나 할까요.
고사리 잎처럼 생긴 잎을 가진 커다란 나무는 꼭 쥐라기공원에 온듯한 느낌을 주고 거미줄에 가득 달린 물방울은 판타지 영화 속 장면 같았어요.
중간중간 나무 밑동을 잘라서 안을 파내어 만든 것 같은 쓰레기통이 있어서 오~ 했는데 알고 보니 콘크리트 재질이었어요. 어쩐지 다 비슷하게 생겼더라니요.
함롱산 등산을 마치고 숙소 체크아웃 후에 싸파 스테이션으로 고고~ 여기서 모노레일 등을 타고 Fansipan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저흰 Monorail&Cablecar&Funicular 패키지를 한국에서 사전 구입해서 이용했어요. 가격은 아래와 같아요.
모노레일을 타려면 Sunplaza 내에 있는 싸파역으로 가야 해요.
제법 걸어가면 승강장이 나오는데 입구에 놀이공원에 있는 것 같은 키 재는 자가 있습니다. 140cm 이상은 성인표, 이하는 애들표로 쓰여져있어요. 실제로 기준키를 넘는 아이는 더 받는다거나 하는 건 잘 모르겠네요. 측정하는 것도 못 봤고요.
모노레일을 탈 때는 반대편 문이 열리고 하산한 인원들이 다 내리면 타는 쪽 문을 열어주는데 그때 줄 서있던 대로 타면 됩니다. 월요일이라 그런 건지 항상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붐비지는 않고 적당한 인원수였어요. 다만 앉는 자리는 적어서 서서 갔는데 십분정도면 가니까 서서 가도 괜찮을 거예요. 경치는 올라가는 방향 기준으로 왼쪽(타는 문쪽)이 좋다는데 안개가 자욱해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어요.
판시판이 자주 안개가 껴서 맑은 날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저희도 그닥 운이 좋지는 않았네요. 베트남 일정 마지막날에서야 안개가 걷혔으니까요. 영화 미스트 찍는듯한 기분으로 십여분 올라가니까 Muong Hoa Station이 나옵니다.
이 역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기 전에 역 주변에 있는 정원을 둘러볼 수 있어요. 시간상 패스했는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크기도 하고 꽃이나 건물들도 있으니까 여유 있으면 구경하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바로 케이블카를 탔는데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또 실망했어요. 여기도 오르는 방향 기준 왼쪽이 좋다는데 확인불가입니다 ㅎ.
이십여분 영화 미스트 보는 느낌으로 오르다 보니 드디어 Fansipan역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고 Funicular를 타야 해요. 걸어서 가도 되지만 힘들 것 같아서 상행 편도만 끊었어요.
탈것 3종 세트를 타고 드디어 판시판 정상에 올랐는데 고도가 얼마나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날씨가 급 쌀쌀해지는 걸로 보아 높아졌나 보다 하게 되더라고요. 베트남 일정 내내 활동하기 딱 좋은 기온이었는데 여기는 좀 추웠어요. 거기다 도착 즈음에는 비가 많이 와서 더 그랬나 봐요.
추워서 Bhnh Bao 호빵?을 사먹고 돌아다니는데 고산병 초기증상이 나타나서 레스토랑에 앉아서 한참을 쉬었어요.
고산병은 알프스에서 한 번 느낀 적이 있는데, 좀 급하게 걸었더니 취한 것처럼 헤롱헤롱 하는 느낌이 와서 제자리 서서 쉬다가 천천히 다녔더니 없어졌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추가로 숨쉬기가 약간 불편한 느낌과 함께 가슴이 갑갑한 느낌이 오더라고요. 걸을 때 숨이 차서 안 되겠다 싶어서 카페에서 커피와 쌀국수 같은 걸 사먹으면서 한참을 쉬고 움직였어요.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전 기압이 낮은 고산지대에 약한가 봐요. 반면에 고압인 바다에서 수영은 좀 하는데요 ㅋ.
일행도 다들 비슷한 증상이 있어서 천천히 다녔어요. 가격은 사진들을 참고하세요. 기다리는 동안에도 비가 약하게 계속 오고 안개가 너무 짙어서 보이는 게 거의 없어서 판시판은 망했구나 했어요.
Funicular는 상행만 끊었는데 아무래도 올라가는 게 힘들 테니까 판시판 구경은 내려오면서 해야지 그런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하산하다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근래 무릎에 살짝 통증이 있었다가 얼마 전에 나았는데 내려올 때 경사가 가파르고 돌계단을 한참 내려와야 해서 그런지 무릎이 아파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예전에 한라산 성판악~관음사 코스인가 갔을 때 백록담 까지는 거의 뛰어 올라가서 "오~ 체력 쏴라 있네~" 했다가 내려올 때 단 높이가 높은 돌계단을(지금은 푹신한 걸로 바뀌었어요) 한참 내려오면서 무릎 아파서 죽는 줄 알았었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 나더라고요. 그때처럼 판시판 계단도 절뚝대면서 겨우 내려왔어요.
다만 전 무릎부상이 있었고 건강한 일행들은 안 아팠던 걸로 봐선 건강한 분들은 걱정할게 아닐듯해요. 정상에 오르면 3,143m이라고 새겨져 있는 구조물들이 여러 개 있어서 관광객들이 앞에서 사진 찍느라 바쁘더군요. 저희도 구석에 있는 거 하나 점유하고 사진 열심히 찍었지만 산 아래가 보여야 멋있을 텐데 안개 때문에 와호장룡처럼 찍히고 말았어요. 판시판이 이번 베트남 여행의 주목적이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베트남 국기가 소품처럼 여기저기 놓여있는데 다들 활용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린 그거 들고 사진 찍고 막 그랬는데 혹시 소품이 아닌 건 아니겠죠? 국기모독죄로 처형!? ㄷㄷ
국기게양대도 보고 길 옆에 나한상도 보고 대형 부처님 좌상도 보고 하다 보니 조금 안개가 걷혔는데 다시 순식간에 사라져서 결국 괜찮은 사진은 못 건졌어요.
중간에 절에 들렀는데 신기하게 공물이 도라에몽 과자나 초코파이 같은 공산품이었습니다. 마지막 즈음에 큰 불상 지나서 내려오는 길은 경사도가 장난 아니라 조심해서 내려와야 해요. 잘못하면 다치겠더라고요. 특히 전 여기서 무릎이 아파서 혼났어요.
다 보고 나서 판시판과 작별하고 사십여분 걸려서 싸파역에 내려오니 오후 세시정도 되더군요. 아후 무릎 아픈 기억이 나서 그만 쓰고 나중에 쓸래요 ^^;
농담이고 이쯤에서 글 마무리하고 다음 편에 이어서 쓸게요. 다음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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