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방문한 익선동 사진인데 여행 카테고리에 올리려니 풍경을 찍은 사진이 거의 없고 그렇다고 맛집 카테고리에 올리자니 내용이 별로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맛집 카테고리에 올려요.
익선동은 매년 몇 번 정도 가는데 갈 때마다 사라지거나 새로 생긴 업체들이 많네요.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지역인가 봅니다. 평소에는 사진을 잘 안 찍지지만 이때는 모임이 있어서 좀 찍어뒀는데 그중에도 없어진 곳이 제법 많아요.
그래도 잘 되는 곳은 잘 돼서 사람들로 미어터집니다. 종로3가역 북쪽으로 가로세로 2백여 미터 정도의 좁은 구역 안에 수많은 맛집과 카페들이 있어서 장사가 될까 싶지만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노 프라블럼!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편하게 있을만한 곳은 아닌데 그래도 종로3가역 포차거리의 포차감성 때문에 가끔 가게 됩니다. 참고로 이쪽은 퇴근시간이 되면 자리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좀 일찍 가야 자리 잡기가 수월해요.
익선동에 가기전에 경복궁역에서 하는 서울 메트로 미술관의 무료 미디어아트를 구경하고 구테 로이테 경복궁점에 들러서 맛있는 디저트를 옴뇸뇸 했어요. 아쉽게도 둘 다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수제맥주집인 아트몬스터 익선동점에 들러서 갈증부터 해결하고 움직이기로 합니다. 아트몬스터는 경기도 군포시에 500평 규모의 양조장을 갖추고 있다고 하고 국제대회 수상경력이 3백여 회나 된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인테리어가 무려 수상 상장들입니다 ㅎ.
메뉴판을 받아보면 이름들이 아주 독특한데 이태원 프리덤, 청담동 며느리식이예요. 그리고 이름 옆에 자세한 설명과 알콜 도수 등이 적혀 있어서 보고 고르시면 됩니다. 아쉽게도 제가 알콜쪽은 고인물이 아니라 수제맥주 맛을 에일, IPA, 스타우트 식으로 몇 가지 종류로 밖에 구분을 못해서 자세한 설명은 못 하지만 썩은물 알콜 마스터인 일행이 좋다고 했어요. 물론 저도 향이라던가 맛이 좋다고는 느꼈고요.
인테리어겠거니 했다가 자세히 보고 우왕~ 했던 게 국제맥주대회 15관왕이라고 쓰여있어요. 진짜 맥주가 다르다고 주장할 만합니다.
왼쪽부터 청담동 며느리, 이태원 프리덤, 첫사랑 향기, 수다 스폰서, 사랑 범벅 이름도 참신하네요. 여기에 운짱 665ml를 추가로 마시고 나니 입가심은 좀 된 듯해서 다음 코스로 바로 이동합니다.
알콜이 분해가 되면 안 되니까 알콜 브레이크 타임이 없도록 바로 다음 장소인 온천집 익선으로 날아갔어요. 이곳은 연못과 정원이 있는 한옥식 중정을 갖추고 통창으로 인테리어를 해서 어떤 방향에서도 온천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그리고 바닥은 눈이 내린듯한 백자갈로 깔았고 온천 느낌이 나도록 드라이아이스?로 김이 나는 것처럼 연출을 했어요. 온천은 일본식 온천 느낌으로 꾸몄고 옆에 화로와 향나무도 있어서 인테리어는 감성적으로 잘 꾸며 놓은 듯합니다.
샤브샤브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뭔가 대단한 게 오는듯한 아우라가 느껴져서 휙 하고 돌아보니 헉! 17층이 이렇게 높은 거였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 바로 이거지! 하는 기쁨이 몰려왔어요.
17층 샤브샤브를 펼쳐놓고 나니 한 상 가득해요. 이 많은걸 언제 다 먹지? 하자마자 순식간에 흡입하고 추가로 또 이것저것 시켜서 먹었어요. 멤버 중에 푸드파이터가 있어서 이 정도는 아주 쉽게 해치울 수 있거든요.
추가 주문도 순식간에 해치우고 잠깐, 아주 잠깐 익선동 구경을 했어요. 왜냐면 알콜이 분해되고 있는 소리가 몸속에서 째깍째깍 들려오거든요.
아주 잠깐 위를 진정시켜 준 후 좀 이른 느낌은 있지만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종로3가역 근처의 포차거리로 가서 넓은 자리를 픽했어요.
황혼에서 새벽까지 타이틀로 좀비처럼 마시고 또 마시다 보니 어둑어둑 해졌네요. 중간에 의지가 꺾이고 포기하고 싶어 질 때마다 몸속의 알콜이 "깨어나세요 용사님!" 이라고 외쳐주어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일행 중에 푸드파이터가 있다고 했는데 알콜마스터는 더 많아서 아직 초저녁인데도 좀 달리기 시작해요. 사실 포차는 알콜마스터인 일행이 포차감성을 좋아해서 가끔 가지만 가성비는 좀 떨어져요. 안주가 일반 술집들에 비해 비싼데 양은 적은 느낌적인 느낌 이랄까요. 이게 나라냐! 라는 외침이 목구멍까지 나오다가 들어가곤 합니다. 이런 데다가 일행 중에 푸드파이터에 알콜마스터 까지 있어서 안주를 끊기지 않게 계속 대령하라~ 이러니 안주를 몇 개를 시켰는지도 모르겠고 그만큼 곳간은 비어가요. 하지만 우리 용사파티는 저 빼고 마스터들 천지라 끝없이 달립니다.
저녁인데도 좀 더워서 근처에 있는 영도다리 횟집으로 이동해서 실내로 들어가 시원하게 또 마셨어요. 결국 황혼부터 새벽까지 미션을 클리어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아무래도 익선동쪽은 핫플이라 대체적으로 가격이 착하지 않다는 점은 아쉽지만 갈 곳도 많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가게들이 많아서 가끔씩 놀러 가기에는 좋은 동네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점점 늘고 있어서 당분간 익선동의 명성은 유지될 듯 보이네요.
이상 익선동 먹방여행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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