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 글은 6~7년 전 이야기라 현재와는 다른 점이 있을 수 있고 또 사건에 따라 절차와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고 보다 정확한 사항은 법원 홈페이지 및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에서 상담받으시길 추천드려요.
현재 출고일 기준 5년 이내 차량은 보험사 자체약관으로 격락손해액(중고차 시세하락 손해액)의 일부를 지급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일부지급입니다. 이에 전부보상을 받고 싶거나 출고 후 5년 이상 지나서 보상을 거절당한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소송이에요. 하지만 패소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변호사비도 부담됩니다. 그 외에 감정평가사에서 연결된 법무법인들에 맡기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만 역시 돈이 들겠죠. 요즘 보니까 소가의 20% 내외로 후불인듯하네요. 그래서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제가 겪은 나 홀로 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진행 전에 먼저 소송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1. 중요 골격부위 수리인가?
단순도색이나 범퍼 교체 같은 부분은 감가상각 대상이 아니어서 엔진이나 중요 골격부위 등 추후 중고차 가격의 하락이 발생되는 부위의 수리가 있어야 해요. 수리비나 차 연식이 핵심이 아닙니다.
2. 과실비율이 작은가?
보통 30% 이하의 본인과실 비율을 추천합니다.
3. 출고일 10년 이내
4. 사고일로부터 3년 이내
이 정도를 주로 보는데 본인이 위 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거나 수리비용이 작다면 재고해 보는 걸 권해드려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 자차로 운전 중에 상대방 차가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와 3중추돌 사고를 내서 상대방 100% 책임으로 결론 났고 대인 및 대물 절차는 끝냈어요. 하지만 제차는 수백만원의 격락손해를 입게 되었는데도 출고일 기준 3년 이내 차량이 아니라서 보상이 안 된다는 거예요.
격락손해란 차의 중요부품이나 골조가 사고로 인해 수리를 받아서 이력이 남아 중고차 가격이 깎이는 손해를 말해요. 사고차감가손해나 자동차시세하락손해, 가치하락손해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제가 사고 난 당시 보험사 자체 약관에는 출고일 기준 3년 이내 차량만 일부 보상이었는데 현행 보험사 표준약관에서는 출고일로부터 5년 이내 차량, 수리비가 사고 당시 차량가액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수리비의 10~20%(1년 이내 20%, 1년 초과 2년 내 15%, 2년 초과~5년 이하 10%)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전 신차가 아니면 보상을 못해준다는 게 상식에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까 법원에서는 지급해야 된다고 한 판례가 있어요. 그것도 무려 대법원 판결로요. 그래서 소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보험사에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문의했었는데 받으려면 소송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더라고요. 그러니 못 받든가 소송하든가 둘 중 하나였죠.
제가 소송했을 6~7년 전 당시에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는 소송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했고 지면 보험사 측 소송비용도 일부 내야 한다고 그래서 소송이 부담은 되었지만 고민하다가 결국 진행하기로 했어요.
다행히 2024년 현재 시점에서는 연이은 판례가 보험사 표준약관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이를 새로운 시장으로 판단한 감정평가사들의 적극적인 개입도 있어서 개인에게 좀 더 유리해진 상황인듯해요. 하지만 문제는 변호사비 아니겠어요? 몇백만원을 주고 소송해서 그 이하로 배상을 받는 상황이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라 아무래도 소송을 잘 안 하게 되겠죠.
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내차의 격락손해액이 얼마인지 알아야겠죠? 그래야 소송을 할지 말지 판단이 설 테니까요. 그럼 감정평가사에 격락손해 가평가를 의뢰해야 해요. 감정평가사(Property Appraiser)는 부동산, 동산, 유·무형자산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여 그 결과를 가액(價額)으로 표시하는 국가전문자격사인데 이때 당시 자동차 쪽은 000사가 제일 유명해서 전 이곳에 의뢰를 했어요.
자동차등록증과 견적서, 수리사진을 보내고 가평가료 33,000원(이하 소송당시 기준금액)을 입금하면 대강 얼마 정도 격락손해액이다라고 보내줍니다. 전 가평가액이 3백8십만원 정도 나와서 애매했는데 보험사의 응대도 맘에 안 들고 패소해도 인생에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소송을 했어요.
가견적을 받아서 소송할지 말지를 판단했으니 이젠 본게임에 들어가야죠. 먼저 가평가를 받았던 곳에 33만원을 입금하고 격락손해평가서를 요청하면 일주일 안으로 보내주더군요. 그리고 이런 비용들은 승소하면 다 돌려받을 수 있어요. 올 오어 낫씽입니다. 감정평가서는 평가를 한 기술사 이름과 기술수첩이 적혀있고 수리부위와 사진이 기재되어 있어요. 그리고 평가근거와 방식이 길게 적혀있고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하락평가금액이 적혀 있어요.
자 이제 실제 절차로 들어갑니다.
소송방법은 전자소송으로 결정했어요. 전자소송은 이 당시 민사일 경우 & 금액 2천만원 이하면 가능한 걸로 기억하는데 2024년 현재 기준을 대한민국법원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3천만원 이하네요.
소송방법을 정했으면 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소장을 작성해야 하는데 그전에 준비할 서류가 있어요.
격락손해평가서, 교통사고사실확인서, 피고의 등기부등본, 원고의 등본, 차량등록증, 차량수리견적서, 차량수리 전후사진, 보험사 교통사고사항 및 지급결의확인서, 경찰서 교통사고사실확인원, 추가로 소송 관련 서류 등을 준비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영수증인데 감정평가서 비용 등이 속합니다.
위 서류들을 스캔해서 법원에 전산등록을 해야 해요.
이제 서류가 준비되었으면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 접속합니다 -> 공동인증서(범용인증서) -> 서류제출 -> 민사서류 -> 소장으로 들어가서 전자소송에 동의한다는데 체크하고 당사자작성을 클릭합니다.
그러면 1단계 문서작성으로 넘어가는데 사건명을 손해배상(기)을 선택하고 소가에 격락손해액 + 평가서 발급 수수료 등 소송 관련 서류 비용을 적어줍니다. 법원은 주소지에 가까운 관할법원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입력 녹색박스를 클릭하고 원고(본인) 내정보가져오기를 클릭한 후 이상 없으면 저장하기를 눌러요. 그러면 원고 0명에서 1명으로 표시가 바뀝니다.
다음으로 당사자 구분을 피고(보험사)로 바꿔주고 등기부등본에 있는 내용들을 입력해 주는데 이때 주의사항이 있어요. 피고의 정보를 정확하게 적어야 합니다. 한자라도 틀릴 경우 보정명령을 받게 됩니다. 보정명령을 받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수정해서 다시 올리면 돼요.
여기까지 진행했으면 이제 청구취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소장은 인터넷에 견본이 많이 있으니까 참고해서 쓰시면 되고 소가에는 위에 언급했던 격락손해액 + 평가서 발급 수수료 등 소송 관련 서류 비용을 적어줍니다. 그 외에 연 00%의 연체이율을 지급하라는 등의 내용을 수정해 줍니다. 나머지는 견본을 읽어보시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수정 없이 가면 돼요. 서식들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소가나 연체이율, 원고&피고 감정평가사 상호 등만 수정하면 될 거예요.
여기까지 소장 작성이 끝나면 다음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입증/첨부서류를 업로드합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진과 동영상 형식을 지원하니까 파일형식은 큰 문제가 안 될 거예요. 다만 제 경우에는 특수문자가 포함된 파일은 에러가 났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서류번호는 청구취지에서 작성했던 순서대로 한 개씩 업로드해 주면 번호가 자동생성 돼요.
입증/첨부서류 업로드를 마치고 작성완료 버튼을 클릭하면 최종 작성문서확인 단계로 넘어가요. 읽어 보시고 이상 없으면 소송비용납부 단계로 넘어갑니다. 자동계산된 인지액이나 송달료 등을 납부하면 거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사건분류질문지를 작성하고 제출을 클릭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돼요.
이제 진행상황을 설명하면, 전자소송을 접수하고 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피고 측에 소장부본, 소송안내서 등이 송달되고 피고 측이 답변서를 제출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서류에 문제가 있으면 원고에게 보정명령이 송달되고 정정신청서를 제출해야 해요.
전 한 번의 보정명령을 받았는데 대표자 이름과 연체이율 표기 문제였어요. 대표자를 000(주)로 적었는데 000주식회사로 하고 연체이자 적용시점을 정확하게 기재하라는 명령이었고 소장을 제출한지 하루 만에 보정명령이 송달되었는데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하루 만에 정정신청서를 제출했어요. 송달일 이전 5% 내용을 삭제하고 이후 이율은 20%에서 15%로 수정했습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예전 견본을 받아서 이율이 바뀌었는데 수정을 안 해서 문제가 되었어요. 연체이율은 법 제정당시 25%에서 계속 줄어서 2024년 현재는 12%인데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릅니다.
제가 정정신청서를 제출하고 5일 정도 후에 피고인 보험사에 소장부본과 소송안내서 등이 송달되었어요.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법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피고 측에서 합의를 원해서 제 폰번호를 요청했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해서 거부하고 소송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어요.
다시 2주 후에 피고 측에서 답변서를 제출했고 2달 정도 후에 변론기일이 잡혀서 법원에 출석하게 되었어요.
참고로 답변서는 원고도 볼 수가 있는데 제 경우는 보험사 내규에 지급불가로 되어있고 중요부위의 회복 불가능한 수리가 아니라 기각해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변론때 피고 측은 보험사 법무법인 변호사가 나왔는데 특별히 변론하고 하지는 않더군요. 전 재판장님에게서 질문을 받았는데 기억나는 게 왜 이 감정평가사를 선택했는지였어요. 전 그 당시 가장 유명하고 평가건수가 많은 곳이라 선택했다고 답했었습니다. 뭐 그리고는 법정드라마처럼 공방을 주고받으려나 하는 기대와는 다르게 금세 끝났어요.
그리고 한 달쯤 지나서 선고가 내려졌는데 원고승소였습니다. 변론 때만 참석하면 돼서 선고일에는 미참석 했고 문자로 원고승 판결문을 확인했어요.
판결문은 별건 없고 소가대로 전액 지급하고 소장을 송달한 날로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가의 15% 이자를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피고 측의 항소는 없었고 일주일 후에 보험사에서 지급받을 계좌를 물어보고 이자포함해서 다음날 바로 입금해 주었습니다. 전 네 달 정도만에 끝났는데 관할법원이나 판사에 따라 일 년 넘게도 걸린다고 하고 합의를 권하거나 패소도 있다고 해요. 추가로 송달비용도 1회만 발생했기 때문에 거의 다 돌려받았습니다.
이 소송으로 받은 격락손해비용과 이자가 제법 쏠쏠했는데 그것보다 대기업에 맞서서 제 권리를 찾아왔다는 정신적인 기쁨이 더 컸습니다. 거기에다 소송에 대한 경험을 쌓은 것도 좋았고요.
아래는 추가로 쿠키영상처럼 재판일 당시 상황을 적어봤어요. 현재도 이런지는 모르겠고 지역 마다도 다를 수 있어요. 그리고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이 글은 참고만 하시고 보다 정확한 내용은 법무사나 변호사 사무실에 문의하셔서 진행하시길 바라요.
재판실 앞 전광판에 오늘의 재판안내라고 해서 시간/재판번호/원고/피고/상태(대기)/비고(전자) 형식으로 표시 돼요. 저와 같은 시간대 재판이 4건인데 1건은 보험사끼리 소송전이었어요. 재판 시간이 되면 안내표시가 뜨고 띵동 차임벨이 울리면서 사건번호/이름(가운데 자는 '0'표시)이 뜨고 입장하라고 떠요.
재판은 다른 사람 때 미리 입장이 가능해서 저도 들어가서 구경했는데, 중간부터 들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피고가 빵집에 납품하는 일을 하는데 동업자가 부도내서 같이 차압 들어온 듯했어요. 피고가 "막상 그 부도낸 놈은 사업장이 여러 갠데 차압이 안 들어오고 나만 들어왔다"고 자기는 "명의만 빌려준 건데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재판장이 "상법에 명의를 빌려준 것 자체가 책임이 있는 거다" 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피고는 계속 우겼어요. 결국 재판장이 화나서 피고를 막 쪼은 후에 "조정해 보자"고 대강 정리하고 끝내더라고요.
그다음이 제 피고의 법무법인이 변호하는 사건 들이었는데 별거 없고 재판장이 판결 내주면 그걸로 보험지급을 하려고 대강 진행하고 끝내더라고요.
다음 사건번호 부르고 000씨 하고 제 이름을 불러서 왼쪽의 원고석에 앉으니까 재판장이 "격락손해를 청구하는 내용이군요?" 하더니 "그런데 이자는 언제부터 청구하는 거예요?" 그러시고 문서 훑어보다가 "아 판결일로부터 15퍼센트" 이러면서 넘어갔어요. 근데 소장송달일로부터 라고 쓰지 않았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하지가 않아서 입틀막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나중에 판결문을 보니 이자를 소송일부터 계산해서 주라고 되어있었어요.
피고에게는 반론서를 대강 읽어주고는 "라는 거네요?" 하니까 피고는 "네" 하고 끝났어요.
다시 저에게 "어디서 검사했죠?" 라고 해서 000평가원이라고 하니까 "왜 여기서 했죠? 여기가 신뢰성이 있나?" 그러길래 "우리나라에서 평가를 가장 많이 시행하는 곳이라고 해서 의뢰했어요" 라고 말하고 적법한 절차로 했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아까 빵집 관련 피고가 우긴 것 때문에 심사가 안 좋은지 "적법을 원고가 판단하나요?" 하면서 톤이 좀 바뀌길래 어마 뜨거라 하고 "감정평가원에서 기술사법에 의거해서 평가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라고 하니까 "그럼 좀 판단해 봅시다" 그러고 끝났어요.
원고와 피고가 일어서고 난 후 약간의 텀을 두고 선고 기일을 불러주어서 나가다 말고 주춤거리며 서서 들었어요. 날짜를 얘기하고 선고일에 안 와도 된대서 "네" 하고 나왔습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제 재판은 오분도 안 걸렸어요. 하지만 긴장해서 그런지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재판장 구조는 뉴스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판사석이 조금 높게 돼있고 바로 아래에 속기사 같은 느낌의 여성 두 분이 컴퓨터 켜고 앉아 있는데 따로 뭔가 적지는 않는 게 녹음이 되는 듯했어요. 판사석을 마주 보고 왼쪽이 원고석 오른쪽이 피고석, 그 뒤에 두줄 정도 열댓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방청객 자리가 있어요. 그리고 신분증을 지참하라고 되어있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판결문
판결 : 생략
주문 :
1. 피고는 원고에게 000원과 이에 대하여 000일 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 생략
이유 : 생략